故 희망봉님, 박성선 시인의 명복을 빕니다

시창에서 늘 밝은 웃음으로 맞아주던, 희망봉님
박성선 시인님의 미소를 이제는 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바쁘다고 전 이렇게 소식도 늦게 접하고
가시는 길 인사도 이제서야 드립니다
어떤 말을 드려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따듯하던 마음 그대로 기억하겠습니다
편안히 잠드세요

정진호 / 해월 드림


아내에게 / 박성선

당신과 살아온 20년 동안
우리 백번쯤 싸우고
오백 번쯤 사랑한다 하고
천 번쯤 당신에게 고마웠으려나

또 이십년쯤 흘러가고
나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면
당신, 내 수발 들어줄 때
힘들어도 가끔 한번씩은
측은한 미소라도 지어주어
너무 비참하지는 않게 해주려나

거기에서 20년쯤 더 흘러
나 떠난 지 제법 오랜 후에
석남꽃 한 송이 들고 당신 찾아가면
내 헤진 신발 보면서
곧 따라가려 준비 다 했는데
무엇하러 힘들게 왔냐고 구박하면서
눈물 한줄기 흘려주시려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 / 박성선

사랑하다가
간절히 사랑하다가 끝내
헤여진다는것은 좋은 일이지

그것은
너를 더 이상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간직하는 일이며
소유하지 않고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지
가끔은
바람 좋은 저녁 길 걷다가
무의식적으로 네 이름 부르고는
오랜 습관에 대하여
쓴웃음 짖는 가벼운 일이지

사람도 없는 곳에 환하게 불 밝히고
혹시나 올 사람 기다리느라
파장도 못하는
새벽 두 시의
24시 할인마트
같은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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