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배낭여행, 이집트에서 남아공까지 **7 이집트 - 나일강 펠루카 투어
  ripi


아부심벨에서 돌아오는 길의 자리는 썩 편하지 않았다. 버스는 좁았고 더웠으며, 나는 피곤했다. 기사양반들도 그러한지, 졸고 있는 승객들을 데리고 카레이싱을 즐기는 듯 여정은 위태로웠고 시간들은 버거웠다. 갈 때의 설렘은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피곤으로 돌아와 정오를 향해 나를 밀어내고 있었다.

돌 아와 나일강변 식당에 앉아 허기를 채웠다. 소고기를 얇게 튀긴, 돈가스와 같은 음식이었는데, 식욕이 많이 나지는 않았다. 라마단 때문에 금식을 하는 식당 종업원들 때문인 것도 같고 고단함의 여파인 것도 같고. 물만 자꾸 먹힌다.

식 사를 마치고 우리는 우리를 실어갈 펠루카(felucca)로 걸음을 옮겼다. 강변 한 쪽 구석에 십여 대의 배들이 정박하고 있었고 또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약속되어진 배로 가니, 일행들이 이미 카드놀이를 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로 인해 출발이 조금 지연된 것 같아 미안해하기도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캐나다인 부부와 키 작은 호주 청년.





부 부와 약속이라도 한 듯, 캐나다 국기를 덧댄 돛을 달며 펠루카는 바람을 따라 미끄러지듯 부두에서 멀어져갔다. 고된 여정의 끝에 물결을 따라 불어오는 비릿한 강내음이 반가웠다. 하류를 따라 조금 기운 선체는 나일 강을 지그재그로 가로지르며 아스완을 떠나보낸다. 내가 아닌, 마치 도시가 나를 떠나는 듯 느껴졌다.





퀘 벡(Quebec)에서 왔다는 부부는 불어발음이 섞인 영어로 이번 휴가는 이집트를 구석구석 돌아보며 보내고 있다고 했고 호주에서 온 청년은 세계일주 중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목적지를 두고 다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뜻인지... 그러다 조금씩 대화에서 멀어진 나는 배의 한구석에 앉아 강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선장을 돕던 아저씨의 뒷모습





  2006. 10. 19 15:34
손을 흔들어주는 아이들, 붉은빛이 잠기는 모래사장 그리고 바람. 문득 (그러나 자연스럽게), 나는 3년 전 오르던 메콩 강을 떠올렸다. 좁은 의자에 모포를 깔고 앉아, 털털거리던 모터로 강을 거스르던 그 때와 편히 누워 선채를 바람에 맡긴 채 하류로 내려가는 지금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혼자 중얼거리다 잠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눈 을 뜨니 해는 이미 조금씩 모래서산으로 기울고 있었고 선장과 그를 돕는 이는 저녁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배는 강변 어느 모래사장, 몸 뉘일 곳을 익숙하게 찾아 들어갔다. 한 번 지기 시작한 해는 빠르게 모습을 감추었다.





밀 가루 전병 같은 마른 빵에 잘게 썬 토마토와 민트를 섞은 아랍식 샐러드가 따듯한 스프의 함께 간단히 저녁으로 차려졌다. 허기짐에 정신없이 먹다보니, 어느새 여러 척의 펠루카들도 함께 정박해 있었고 선주들은 모래사장에 모여 모닥불을 지피고 있었다. 그리곤 마치 예정된 순서처럼 그들의 전통악기 연주가 시작되었다.





일 행들과 또 다른 일행들, 사람과 사람들, 남자와 여자들 그리고 나. 함께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담배를 나눠 피기도 하며 어느새 가까워지는 것 같기도 하였으나, 어둠속에서 나는 그들의 얼굴을 일일이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내일 해가 채 뜨기도 전, 모두 각자의 길로 흩어질 인연이 아닌가. 밤이슬은 찼으나 바람은 불지 않았다. 하나 둘 자기의 배를 찾아 들어가고 있었다.





아 직 검은 물결위로 모래언덕을 가르며 해가 뜨고 있었다. 강으로 그리고 하늘로, 마치 내가 이십여 년을 살아오며 맞은 수천 번의 평범한 아침과는 다른 그 무엇이라고 시위하는 듯 태양은 천천히 그러나 넓게 사방으로 그의 아우라를 뻗어내며 떠오르고 있었다. 난 카메라를 들고 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배 난간으로 기어가 셔터를 눌러댔다. 참 많이도 찍었다. 사진은 적은 광량에도 흔들리지 않았지만 선장은 수십 년을 살아오며 맞은 수만 번의 아침들 중 가장 평범하고 또 특별하지 않는 아침을 맞는 듯 먼 산만을 무표정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할 말이 많지 않았다. 배는 가던 길을 마저 갔다.












...ripi


[prev] 아프리카 배낭여행, 이집트에서 남아공까지 **8 이집트 - 콤옴보와 에드푸 ripi
[next] 아! 아프리카, 그 푸른대륙에서의 100일 **6 이집트 - 아스완과 아부심벨 ripi
list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Thedea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