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배낭여행, 이집트에서 남아공까지 *10 이집트 - 카이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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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 문화의 중심지. 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세계 최고수준의 대기오염. 옹알거리며 바쁘게 돌아다니는  택시들. 혼란스러운 도심 속에서 시샤를 물고 있는 사내들. 눈을 크게 뜨고 관광객을 노리는 호객 행위들.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 이 혼돈을.


** 카이로 (Cairo)

버스가 시내로 들어서자, 벌써 공기가 탁한 것이 느껴지는 듯 했다. 높은 고가도로위에 오르자 도시를 주름잡고 있는 붉은 대기가 보이는 듯하고.. 꼭 예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혼자 상상했던 그림들이 그대로 펼쳐지는 순간이란, 참 묘하다. 맞았다는데서 오는 안도감과 조금은 다르기를 바랐던 기대감에 살짝 아쉬운 그런 감정. 조금 늦은 저녁, 곧 끝나는 라마단에 들뜬 모습으로 그렇게 카이로가 나를 맞았다.


카이로의 볼거리는 크게 4가지로 분류될 수 있는데, 그 유명한 기자 피라미드 (Pyramids of Giza)와 미이라를 소장한 이집트 박물관, 이슬람 지구 (Islamic Cairo)와 구시가지 (Old Cairo)가 그들이다. 자, 이제 하나씩, 하나씩 둘러보도록 하자.


* 기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Pyramids of Giza & the Sphinx)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물, 기자 피라미드. 외계인이 지었다느니 당시의 이집트인들이 지금의 우리보다 발달된 문명을 가졌었다느니, 그런 뜬소문도 여럿 있었지만 내가 좀 더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은 친구들이 내게 했던 조언이었다. ‘진호야, 너무 기대하면 실망할 거야. 생각만큼 그렇게 크지 않아.’ 그래, 크지 않아, 크지 않아, 크지 않을 거야.



기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혼자 너무 기대를 줄여나간 탓일까? 택시기사와 다투어가며 힘들게 도착한 피라미드는 생각보다는 조금 컸다. 스핑크스도 기대보다는 위엄이 있었다. 물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었던 사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삼은 오이디푸스라던가, 어머니에 대한 사내아이의 소유욕을 설명하는 용어 ‘오이디푸스콤플렉스’도 이곳을 이해하는데 흥미로운 소재가 되겠지만, 기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는 외관,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함을 지녔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라미드의 시대라 불리는 고왕국 시대(기원전 2500-2000년)에 세워진 기자 피라미드는 왕의 묘로서 크고 작은 9개의 피라미드로 이루어져 있다. 쿠푸왕(Khufu)의 묘가 높이 146.5m, 밑변의 한 모서리 230m로 가장 크며,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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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나 말을 태워주겠다는 호객꾼들을 마다하고 꿋꿋이 걸어가며, 문득 이집트인들이 믿었던 내세를 생각해본다. 그 어떤 강력한 신념이 저런 거대한 건물을 세운 것일까? 노예가 아닌, 수만 명의 숙련된 일꾼들로만 건축되었다는 이야기. 분명 강력했던 왕권이나 부, 권위만으로는 지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무엇을 믿었고 무엇을 보았을까. 그 무언가를 향한 사람들의 집념을 생각해본다. 의지를 가늠해본다.





특별히 볼 것이 없다는 가이드북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피라미드 내부를 둘러보지 않고는 돌아설 수 없었다. 유네스코의 문화유적 보존 정책에 의해 오전과 오후 각각 150명만의 입장을 허락하고 있기에, 땡볕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저렴한 이집트 물가에 비해 만만치 않은 입장료를 내고 이 높은 피라미드의 꼭대기, 이제는 모두 도굴당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참배의 방을 향해 오르자니 많은 생각이 스칠 법도 한데 실은 그렇지 않았다. 정말 좁은 굴에서 허리를 잔뜩 굽혀가며, 앞서가는 외국인들의 땀에 전 암내를 맡아가며 오르는 길은 그냥 말 그대로 고역이었다. 참 높고 멀었다. 몇 해 전,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을 방문했을 때, 사원으로 향하는 높고 좁은 계단을 오르며 그것은 신에 대한 존경심을 일깨우기 위한 장치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것도 비슷한 의도일까 궁금했다.

아무튼, 이 피라미드를 세운 사람들의 의지와 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는 우리들의 의지가 멀지 않은 것 같아 나름 뿌듯했다.



이런 사진 한 장 쯤 기본 (요기 갔다 왔어요)



19세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유적의 대리석을 가져다 궁전이나 모스크를 짓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이집트 여행을 함께한 토니와 피라미드 옆의 사막


이집트를 여행하며, 사막의 오아시스를 방문하지 않은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피라미드 주변을 걸으며 쨍쨍한 땡볕을 경험하니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오후에는 다시 시내로 돌아와 이집트 박물관을 방문했다. 내부의 사진촬영이 금지가 되어있어 (찍지 말라면, 찍지 않는 이 자세!) 사진을 남기지는 못했으나 정말 특별한 점이라고는 없는 박물관이었다. 추가로 돈을 좀 더 내면 볼 수 있는 미이라가 조금 인상적이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전시의 수준은 수많은 유물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했다. 그래도 물론 왕가의 계곡에 있던 투탕카멘의 묘(Tutankhamen's Tomb)의 유물들은 눈길을 끌었다.


아, 그렇지. 택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프리카 내에서 이집트가 꽤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인데, 당연히 택시비도 그러하다. 그런데 이 택시비라는 것이 딱히 정해진 룰이 없어서 타기 전에 흥정을 해야 하는데, 기사가 처음부터 가격을 높게 부르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면 합의한 가격보다 돈을 더 요구하거나 떡하니 팁을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따로 잔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웃돈을 받고도 거스름돈을 주지 않는 것이 아주 공공연하다. 본인이 기자 피라미드를 방문했을 때도, 가기로 했던 곳에 가지 않고 우리를 이상한 여행사 앞에 내려주는 바람에 한참을 싸웠던 기억이 난다. 우오!


보너스로 이집트의 맛나던 저녁식사 사진을 올려본다. 이때만 해도 이렇게 푸짐한 식탁을 한동안 만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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