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배낭여행, 이집트에서 남아공까지 *11 이집트 - 카이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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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기요~ 이게 뭐래요? 맛있어 보이는데!



라마단과 같은 축제에 먹는 빵과 같은 거래요~
우리나라 송편 같은 것? 달달하니 맛나더래요!


한 달간의 고행, 오늘은 라마단의 마지막 날이다. 대낮부터 이미 우리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그것은 구정이나 추석을 앞둔 우리나라의 주말이나,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둔 영국의 옥스퍼드 스트리트정도와 비견될만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 동안의 수행을 이야기하고 또 스스로를 대견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이슬람 세계의 뜻 깊은 날을 맞아, 오늘 우리는 카이로의 이슬람 지구를 방문하기로 했다.



* 이슬람 지구 (Islamic Cairo)

며칠을 헤매고 나니 이젠 택시기사들과 기세등등하게 흥정할 요량도 생겼고 복잡한 카이로의 시내 지리도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혼탁한 대기도 덜 거슬리고 성가신 호객 행위도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게 되는 듯.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 것 같다. 이 능력이 이번 여행을 통틀어서 죽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앞으로는 좀 더 험한 길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이슬람지구의 석양


이슬람지구는 카이로의 서편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시내만큼이나 북적이는 사람과 차량들로 붐비고 있었다. 어제의 피곤으로 조금 늦게 움직였던 탓인지 해는 이미 기울고 있었다. 그렇다. 해가 진다. 길던 한 달간의 금식, 그 마지막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지는 듯 하고.



이집트 최대의 시장, 칸 알-칼릴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눈(雪)만 빼고는 없는 것이 없다는 이집트 최대의 시장 칸 알-칼릴리(Khan al-Khalili)는 이슬람 지구의 관문과도 같은 곳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파장 분위기였으나, 여전히 그 규모나 번화함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쌓아놓은 물건들로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듯한 골목과 터질 것 같은 상점들. 이제 슬슬 보따리를 챙기는 자판들. 벽이나 천장쯤에 걸어놓을 법한 샹들리에나 아랍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구슬들. 스윽 하니 문지르면 당장이라도 펑하고 지니가 나올 것 같은 요술램프들. 얼마 전 알라딘이 타고 하늘을 날았을 붉은 양탄자들. 정말 찾는다면, 무엇이라도 있을 것만 같은 우리네 남대문 시장처럼 이 시장은 사람 사는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다채로운 장식들과 구슬들


시장을 지나 광장으로 들어서니 해가 지고 가로등에 주홍빛 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축제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는 듯 했다. 모두가 그저 ‘마이 프렌드’일 뿐. 가난한 자, 부유한 자 모두 같이 금식을 하며 고행을 하고 또 해가 지면 함께 음식을 나누며 적어도 일 년에 한 달은 신을 좀 더 가까이 섬기며 산다는 것이 내겐 조금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만찬을 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배가 불렀다.



만찬을 나누는 가족들



모스크 앞, 북적이는 인파들. (단, 아랍 국가에서는 여성의 사진을 찍을 때 주의할 것.)


거기에 가이드북이 강력 추천하던, 아라비카 커피 향 자욱한 피샤위의 커피하우스(Fishawi's Coffeehouse)는 오늘의 화룡점정이었다.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설탕 듬뿍 담긴 커피를 마시며, 오늘을 입가심용 물 한잔과 함께 넘기는 기분이란! 흥겨운 아랍의 리듬을 타며 이들의 밤은 이제 막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나는 안타깝게도 숙소로 돌아가야 하지만 말이다.



커피와 물 그리고 시샤까지 - 완벽하다



피샤위의 커피하우스



피샤위의 커피하우스



* 구시가지 (Old Cairo)

기원전 6세기에 생겨난 것으로 알려진 구시가지는 카이로의 시초로 믿어지는 지역이다. 기원전 2세기, 로마인들은 이곳에 성채를 짓고 ‘이집트의 바빌론’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한때는 매우 번성했을, 그러나 이제는 조용하고 좁은 골목들과 오래된 콥트 교회(Coptic church)들이 전부인 이곳을 걸으며 우리는 참 많은 성지순례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콥트 교회


그리고 또한 이곳에는 이스라엘의 왕이 될 아이가 태어났다는 계시를 들은 헤롯왕(King of Herod)의 박해(베들레헴에서 태어난 2살 이하의 모든 사내아이를 죽이라는 지시)를 피해 이집트로 피난 왔던 성가족(Holy family: 예수님의 가족들)이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진 성 세르지오(St Sergius) 교회가 있다. 꼬불꼬불한 골목을 여럿 지나서야 힘들게 찾을 수 있던 교회는 낡아 보였지만 여전히 성스러움이 감도는 것만 같았다.

  

성 세르지오(St Sergius) 교회 입구



손녀와 기도로 촛불을 밝히는 할아버지



점심은 간단히 이집트식 피자로 해결하고,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이집트의 여행이 카이로를 마지막으로 대충 마무리가 되었다.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그저 대충 스쳐 지났을지도 모를 곳이었기에 일정이 딱히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동안 생각보다 많이 본 것 같아 아쉽지는 않았다.


유구한 역사와 화려한 유물들을 자랑하던 이집트의 시간들도 이제는 녹록치 않은 삶의 무게 속에 가라앉는 것 같아 마음이 싸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이토록 마음을 두드리는 거대한 무언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그저 지금은 꼬리 길게 저물어가던 나일 강의 노을만이 오롯이 기억에 선명하다. 아, 수천 년을 그렇게 뜨고 지며, 모든 것을 목도해왔을 태양은 이토록 아무 말이 없지 않은가.





- '아프리카 배낭여행, 이집트에서 남아공까지'
  두 번째 나라, 에리트레아(Eritrea)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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