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배낭여행, 이집트에서 남아공까지 *15 에리트레아 - 마싸와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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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페웨르키 독재정권아래 있는 에리트레아는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외부로부터 고립되어 인권과 언론의 자유가 극심하게 탄압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언론자유 지수(Freedom of the press worldwide)에 따르면 북한을 밀어내고 2년째 최하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도시는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고 사람들은 수줍기 그지없으니, 도대체 사회란 무엇이며 이 깔끔하게 포장된 침묵은 무엇일까. 혼란스럽고 조금은 두렵기까지 한 감정들이 덤덤하게 밀려든다.

끌로드가 더위를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마싸와(Massawa)를 다녀오기로 결심했다. 독립전쟁의 격전지이자 한때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번성했던 항구, 마싸와. 어쩌면, 굳이 아스마라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었다는 핑계였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자 안내소에서 허가서를 발급받고 난 시내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아스마라 시내버스정류장


늦은 오전의 버스정류장은 한산한 편이었다. 사실 차차 체득하게 되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대부분의 버스가 새벽에 출발한다. 이르면 5-6시, 늦어도 7-8시에는 시동을 건다. 해가지면 안전이나 보안 등의 이유로 사람들이 운전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까. 버스는 기다리기 시작한지 한 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냈고 또 다른 한 시간을 승객들을 기다리며 보냈다. 간이의자까지 놓아가며 승객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 지붕위로 짐도 아슬아슬 실어주고, 버스가 출발도 하지 않았는데 뒤뚱거리는 듯하다.



                     친절하던 미니버스 운전기사와 보조사



                       승객들로 꾸역꾸역 찬 미니버스 내부


2006. 10. 27 10:28

마싸와 행 버스는 편도에 30-40낙파. 사람들은 노란 피부의 여행객이 신기한지 내내 훔쳐보더니, 널찍하고 편한 운전석 옆자리까지 양보해준다. 어떻게 거절하기도 힘들고 해서 대뜸 앉았는데, 영 민망하다. 그걸 눈치 챘는지 한 꼬마가 내게 와 껌을 사란다. 껌. 처음엔 거절하려다, 문득 껌을 좋아하던 누군가가 생각이나 4낙파를 주고 하나 사서 씹는다. 단물에 마음이 싸해진다.





기다림의 지루함을 달래주려는 듯, 마싸와로 가는 길은 산등성이 밑으로 꼬불꼬불한 길이 아름답게 이어져있었다. 마치 3년 전, 라오스의 왕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의 길을 연상시키는 여정. 고원에서 굽이굽이 위태로운 길을 돌아 한참을 내려오다 보면 마르고 이 외진 곳에도 밝게 웃으며 손 흔드는 아이들이 산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버스는 마치 우리네 집배원 아저씨처럼 승객 없는 짐을 이것저것 나르기도 하고 안부를 묻기도 한다.



                                    마싸와 가는 길



                                    마싸와 가는 길


사람들은 염소 때나 당나귀, 낙타 등을 몰고 산 어귀를 돌아나가고 붉은 히잡을 두른 아낙네는 자기 몸뚱이만한 물동이를 우리네 할머니들처럼 머리에지고 나른다. 하굣길의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교복을 입고 수줍은 미소를 담은 인사를 건넨다.



                                 한가로운 낙타군들


아무래도 짧지 않은 여정이 되다보니 버스안의 승객들과 대화를 좀 나눌 수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Park(박지성)’을 알고 있는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있다. 특히, 북한을 언급하며 핵문제와 히로시마 원폭피해를 이야기하던 한 친구는 반기문 UN총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며 나를 조금 놀라게 하기도 했다.



                             중간에 잠시 들렸던 휴게소 풍경



                            중간에 잠시 들렸던 휴게소 풍경


인상적인 건 에리트레아인들은 대화중에 ‘아~’ 혹은 ‘그래?’ 대신 ‘힉!’ 하는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마치 놀라는 것처럼 숨을 힉, 하며 들이켜 쉰다. 처음에는 딸꾹거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는 것이다.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여 나도 나중에는 몇 번 따라했는데 영 어색하다고들 난리다. 하핫. 북부 에티오피아인들도 비슷하게 대답한다니, 기대가 되기도 하고, 그 때쯤이면 나의 ‘힉’이 익숙해져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당나귀군들도!



                                  좀 곯은 듯 한 당나귀군, 박스를 먹네


즐거운 여정이다. 긴 독립 전쟁과 독재, 그리고 그로인해 가족이나 친구들을 많이 잃었을 아픔을 짐작하고도, 이렇듯 밝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큰 비극을 격고나면 사람들은 더욱 극적으로 긍정적인 모습이 된다는 사실은 후에 르완다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목적지에 가까워지는 듯, 멀리 구릉지와 평원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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