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배낭여행, 이집트에서 남아공까지 *17 에리트레아 - 다시, 아스마라
  ripi

낯선 잠자리에 늘 긴장하는 탓일까, 이른 아침에 눈이 뜨인다. 피곤하지는 않다. 창을 열고 베란다로 나서니 가벼운 열기가 나를 휘감는다. 이 정도면 딱 좋겠다, 싶은 더위다. 멀리 바다 위로 태양이 마치 지는 듯 뜨고 있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이 ‘홍해’라는 이름에 또 하나의 이유를 더하는 듯하다. 그 아래로 전시에 침몰했을 법한 배의 잔영이 너울거린다. 그 어떤 오전의 적막한 고요가 멀리서 바람을 타고 내게 오는 것일까. 한참을 움직일 수 없다.





더는 날을 수 없을, 비행기 앞에서 아스마라로 돌아가는 버스는 출발했다. 마치 도시를 무겁게 누르고 있던 감상과 수식어들이 한 풍경으로 갈무리 되는 듯, 깊은 뇌리에서 떠나지 않던 그 비행기. 어젯밤 구글 어스를 통해 보니, 아직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 또 그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 꿈은 여전히 날고 있을까?


황송하게도 승객들은 또다시 내게 앞자리를 양보했고... 기사 아저씨와는 쿵잔치를~!!

돌아오는 길, 비가 내린다. 건기가 끝나가고 있긴 하지만, 예년보다 이른 시작에 사람들은 신을 이야기한다. 무언가 하시는 중이라고. 문득, 하늘을 보니 어쩌면 그런지도 모른다고, 그러시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멀리 고원이 보인다.


2006. 10. 28 22:27  나비
달리는 차창 밖으로 나비가 얼핏 보이다 차 앞으로 뛰어든다. 어디로 갔는지 모를 그에게 난 왠지 그가 인생의 절정에서 몸을 던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그녀, 전혜린을 기억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내 인생의 절정을 묻는다. 클라이막스를 가늠한다. 그때에 황홀히 불타오를, 그것을 상상해보지만……. 어쩐지 아직 머언- 내겐 멀어 보이는 그 순간.


** 아스마라

인터넷 카페에 잠시 들리니 프랑스인 끌로드가 느린 인터넷을 부여잡고 앉아있다. 느린 것은 그것뿐만이 아닐 것이나 이 또한 배움의 길, 나는 슬쩍 농을 건다. “오늘도 느리게 사는 법을 배우느라 여간 힘들어 뵈지 않으십니다.” 그는 콧수염을 씰룩 거리며, “허, 이거 참 느린 인터넷 앞에서는 할 일도 없네요.” 하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나저나, 마싸와는 견딜만하던가요?” 나는 동문서답으로 응수한다. “적어도 사진은 많이 찍었습니다.”

카페를 나서며 그가 잠시 식품점에 들린다. 여행을 하면, 꼭 그 지역의 와인과 꿀을 산다는 말이 왠지 그를 더 전형적인 프랑스인으로 보이게 하는 듯하다. 물론, 에리트레아산 와인은 마치 식초 같다며 투덜거리던 모습까지 말이다. 대화중에 내일 그와 같은 지부티행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을 알아차리고 아침 공항까지 택시를 얻어 타기로 했다.


아스마라를 떠나며, 끌로드와 함께 공항에서


* 에리트레아 남자들의 인사방식

만나면 먼저 반갑게 악수를 한다. 그리곤 손을 잡은 채로 서로 반대쪽 어깨를 여러 번 부딪힌다. 횟수가 딱히 정해진 것은 아니되, 그 와중에 서로에게 안부를 물으며 등을 토닥이기도 한다. 쓰고 보니 복잡해 보이기도하나 실제로는 참 정겨운 인사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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