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배낭여행, 이집트에서 남아공까지 *18 지부티 - 지부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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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리트레아를 떠나며

이른 새벽에 도착한 에리트레아를, 다시 이른 새벽에 떠나는 마음이란 딱히 어떻게 설명하기 힘들다. 평화로워 보이던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난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없었던 것 같고. 아직 내공이 부족한 걸까. 돌아보면, 폐허 속으로 잠잠하던 마싸와에 대한 감정도 더위 때문이었던 것만 같다.

그래도 시원했던 고원의 날씨와 아늑했던 시내는 내 기억 속에 잊을 수 없는 풍경이 되어버렸다. 마싸와로 가던 길은 라오스 여행에 이어 내게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여정으로 남을 것이다. 공항으로 가며, 뒤로 멀어지는 풍경을 짐작하며, 내일은 에리트레아에 조금 더 나은 평화와 자유가 찾아오기를 홀로 바래본다.


* 아스마라 국제공항

꽤 소박한 면세점을 지나, 이층의 대기실로 들어서니 의외로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앉아있다. 서울 집으로 전화를 해보려고 공중전화기를 두드려 보지만 시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잘 되지 않는다. 몇 분 승강이를 벌이다 자리에 앉으니, 대기실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지난 독일 월드컵의 명장면을 소개하고 있다. 탑승을 기다리며 보고 있으니 옆에서 호남형의 한 남자가 역시 축구는 아르헨티나가 최강이라며, 나와 끌로드에게 말을 걸어온다. 끌로드가 “난 프랑스인이지만, 축구는 안본다우.” 하며 웃자, 그는 “저는 브라질사람이지만, 아르헨티나 축구를 사랑하죠!” 라며 맞장구를 놓는다.

본인을 파울로라고 소개한 중년의 남자는 키도 크고 어깨도 떡 벌어진 전형적인 남미사람이다. 지부티에서 2003년 이전에 제작된 달러는 위조지폐일 가능성이 높다며 받아주지 않아 여기까지 와서 환전하고 돌아가는 길이란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2003년 이전에 제작된 달러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죽하면 연도가 다른 달러끼리만 교환을 해도 엄청난 환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하니.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 2003년도 이전에 발행된 달러를 싫어하는지는 정의내리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 멀지않은 과거라, 그 사이 위조지폐에 대한 큰 기술적 차이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 약간의 미신과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것이 내 짐작일 뿐.

아무튼, 브라질 축구의 스타일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전형적인 브라질리안으로 보이는 그는, 마침 에티오피아 여행을 끝내고 지부티에 머물던 중이었고 난 반대로 지부티를 거쳐 에티오피아로 갈 예정이었으니, 우리 둘의 동행은 퍽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비행기에서 바라 본 홍해


2006. 10. 29 09:31 쪽빛 홍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홍해는 정말 에메랄드빛으로 푸르다. 주변의 붉은 사막과 어울려 마치 보석처럼 빛이 난다. 얕은 곳은 푸른 하늘의 빛. 깊은 곳은 새벽녘의 해 오르는 하늘의 반대편. 당장이라도 샛별이 반짝거리며 그 위로 아른 거릴 듯만 하다.



*** 지부티 Djibouti


비행기에서 바라 본 지부티 시내


1977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인종 갈등으로 인한 내전으로 호된 성장통을 겪었던 지부티는, 그러나 90년대 걸프전과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전쟁을 거치며 이 나라만의 독특한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걸프전 당시에는 모국과 같은 프랑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려는 미국의 해군기지를 유치함으로서 안보와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톡톡히 누렸고, 에-에 전쟁에서는 중립을 선언함으로서 피해를 면하고 에티오피아의 수출․입항으로서의 지위도 유지하는 결과를 내었으니, 기민한 대통령의 덕이라고나 해야 할까. 그러나 워낙 건조하고 황량한 사막이 영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부티는 경작이 어려워 식량 자급률이 낮은데다가, 최근 소말리아와 같은 주변국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들 때문에, 아직까지는 삶이 그렇게 만만치만은 않은 곳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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