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배낭여행, 이집트에서 남아공까지 *19 지부티 - 지부티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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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부티 시티 Djibouti City

에리트레아에서 친절하게 받은 비자 덕분에 입국 심사를 무사히 마치고 공항을 나서니 맑은 아침의 풋풋한 더위가 우리를 맞는다. 마치 해가 중천에 오르면 무서운 폭염이 몰려올 것을 짐작하게 하는 예고편 같다. 그래도 좋은 날씨는 반갑다. 더위도 마싸와보다 조금은 덜한 것 같고.



힘들게 스캔해서 포토샾으로 붙여 본 지부티 포스터, ..잘했네 ㅋ


파울로는 지체 없이 탁월한 협상능력을 발휘하며 택시를 잡고 거래를 성사시켰다. 1000Dfr (지부티 프랑). 본인이 주장하는 것은 끝내 관철시키는 아주 마초적인 사내다. 옛 프랑스 식민지의 잔재로 프랑스어가 공용어인 덕분에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지부티 사람들을 능수능란한 영어로 제압하는 자세가 딱히 좋아 보인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라는 마음가짐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다. 쩝.

시내는 북적였다. 먼지가 많이 날리고 활기가 넘쳤다. 미군의 영향일까. 조용하고 평화롭던 (적어도 그렇게 보이던) 아스마라와는 다르게 차들도 많고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길거리에 무단 방치된 쓰레기들이 많다는 뜻이다. 문득 새벽을 조용히 쓸어내던 아스마라의 여인들도 생각이 난다.



오옷, 사진에는 쓰레기가 안보이는군요!


파울로는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환전을 했다. 그가 에리트레아까지 왔던 목적이 그것이었으니 당연한 일. 나도 옆에서 약간의 돈을 환전했다. $1가 약 180Dfr (지부티 프랑).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지부티, 이미 에리트레아에서 계획에 없던 돈을 많이 썼던 나는 이제부터 정말 아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숙소를 알아보러 다니면 드러났다. 마침 지부티에서 국제 컨퍼런스가 열려 모든 호텔들이 만원이었던 것이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그렇게 서너 시간을 돌아다녀보았지만 헛수고. 모두 Full 이다.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나 B&B가 없는 지부티에서는 호텔만이 유일한 숙박업체인데, 그 중 중저가의 호텔이 다 차버렸으니. 결국 우리는 다시 택시를 타고 시내에서 약간 벗어나 African Quarter에 위치한 약간은 허름한 Hotel de Djibouti에서 간신히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에어컨 달린 방, $35. 뜨아.

대충 짐을 정리하고 시내로 나서니, 거리마다 구석에 쌓여있는 쓰레기들에서는 악취와 파리가 들끓었다. 봉고택시들은 손님을 잡느라 문을 열고 고속으로 달리다 아무데나 예고 없이 정차하고. 먼지는 열기와 함께 인도와 차도를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분명 아프리카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이지만, 익숙해져야하는 것들이다.



저어기, 오른쪽에 봉고택시는 보입니다.


파울로의 충고대로, 돈을 달라고 쫓아다니는 아이들은 없었지만, 엉뚱한 선행을 베풀고 돈을 달라는 사람들은 좀 있었다. 길을 알려주고 돈을 달라거나, 환전소나 인터넷 카페를 소개시켜주며 중계료를 달라는 등.

결국 혼자 간신히 찾아낸 인터넷 카페에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했다. 속도는 느리지만 이메일을 읽고 보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저녁에는 에티오피아로 가는 버스를 친절한 호텔 직원의 도움으로 예매하기로 하고 그의 기도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창문너머로 들려오는 무슬림들의 기도소리에 문득 나도 경건해짐을 느끼고 또 숙연해지고 그렇게 되었다. 종교는 종교자체로 이렇게 신성하거늘 왜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싸우는 것일지……. 나의 짧은 고민과 긴 한숨 너머로, 멀리 도심의 먼지로 붉게 물든 석양이 지고 있었다. Merci beaucoup!!





*내일은 유명한 아프리카의 최저점, 아쌀 호수로의 여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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