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 24 난장(亂場)의 유럽갯벌탐방(10) -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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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기차는 밤을 지나 독일의 뮌헨에 도착하고 있었다. 여행 중간에 내 앞에 앉아있던 독일 커플이 경찰에 의해 몸수색을 받았다. 처음부터 매우 뭔가 의심쩍어 보이더니만 가방과 몸수색을 철저히 받았다. 언듯 듣기로 마약을 찾는 눈치다. 분위기가 매우 살벌했다.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고, 아무 일도 아니니 신경끄라는 경찰의 퉁명스런 답을 들었다. ...;;

아무튼 눈 내린(유럽에서 처음으로 맞는 눈이다.) 뮌헨의 새벽은 매우 번화했다. 가까운 숙소에 짐을 맡기고 역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뮌헨역에서의 아침식사
여기서 쓴 시가 자작시방의 '그와 그녀에게 일어난 시간과 공간의 변화' 이다. 당시, 정말 내 앞에서는 어떤 독일 여인이 퍼즐을 맞추며 출근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퓌센으로 향하는 오전 9시 기차를 탔다.


2시간 걸려 도착한 퓌센, 이 곳에는 디즈니랜드의 환상의 성에 모델로 쓰였다는 유명한 고성이 있다. 버스를 타면 15분이라지만, 걷는 길을 추천한다는 론니플래닛의 말을 믿고 난 걷기로 했다. 왠지 눈이 마구 내릴 불길한 조짐이다.


눈이 막 내리려고 하는 하늘과 하얗게 덮인 풍경
얼어버린 호수를 지나, 마치 동화의 나라로 가는 듯




노래도 부르고 혼자 춤도 추고, 울타리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혼자 쎌카도 찍으며 난 오랫만의 자유를 만끽했다. 그런데 ..처음엔 나 혼자인 줄 알았으나 멀리 뒤에 따라오는 커플이 있었으니, 좀 쪽팔리기도 했다.


저 멀리 드디어 호엔슈방가우 성이 보인다.




드디어 도착,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눈을 치우시는 분께 사진을 부탁했다. 내부를 구경하는 것은 돈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역시 걸어서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향했다.

물론 돈이 있다면, 이렇게 마차를 탈 수도 있다 ...;;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폭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고 가파른 산길을 미끄럽기 그지 없었다. 너무 눈발이 세서 오죽하면 그 길을 뒷걸음질로 올랐을까! 제설차까지 등장했다.


멀리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보인다. 고생이지만, 오른 보람이 느껴진다.



다 오르니 날씨가 좀 개었지만, 역시 돈낭비라는 생각에 성안은 구경하지 않았다. 화장실 라지에타에 젖은 모자와 장갑을 잠시 말리고 다시 내려왔다. 내려오니 다시 눈이 내린다.



눈발 사이로 멀리 보이는 성들을 뒤로하고 돌아가는 길은 버스를 타기로 했다. 너무 많은 눈에 신발도 다 젖어 축축하다. 얼어버릴 것 같지만 왠지 참 상쾌하다. 폐를 차갑게 찌르는 살가운 공기들.

돌아오는 길에 동행한 이들은 우연히도 내 고등학교 친구의 대학 동창이었다. 세상이 좁기는 좁은가보다.
멋진 풍경들이 자꾸만 지나쳐간다. 모두 잡을 수는 없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과 그렇지 못한 것들은 무엇이고 그럴 때 난 어떻게 해야하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 기차는 계속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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